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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버닝

박낑깡이 2022. 10. 8. 12:18

1. 해미

해미는 어쩌면 이창동 감독님이 원하는 청년의 고유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종수'였다.

해미의 돌발적인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고, 해미를 부끄러워했으며, 수치심을 느꼈다.

하지만 해미는 당당했다.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면 춤을 추고, 옷을 벗어던지고, 또 춤을 췄다.

해미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기에, 다른 어떤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외부의 기준, 사회의 눈살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해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2. 결말

결말에 대해 나는 당연히 벤이 해미를 죽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왜 그렇게도 단언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해미는 정말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좇아 떠났을 것이다. 돈이 있든 없든

종수는 벤을 죽였다.

억눌린 청년의 해방? 과연 살인이라는 행위로 종수는 억눌린 것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생각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종수는 결코 해방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귤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기에 귤이 없다는 걸 잊으면 돼. 중요한 건 진짜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진짜 침이 나오고 그럼 맛있어

 

 

 

해미는 없다는 걸 잊을 줄 안다.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나 문득 없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면 울먹인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는 거야. 어떤 것은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너무 좋은 것 같아. 지금 네가 내 앞에 있는 것처럼

 

 

 

 

 

우리가 왜 사는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런 거를 늘 알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배가 고픈 사람이라고

'그레이트 헝거' 라고 부른대

 

 

 

 

칼리하리 사막 가는 길에 선셋투어라는 코스가 있더라구.
 사막에 해지는 걸 보여주는 거래.

그래서 갔더니 그냥 주차장 같은데야.

아무것도 없고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만 쌓여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 같이 왔는데 나만 혼자잖아.

그냥 보고 있으려니깐 혼자라는 생각이 너무 드는거야.

 

나 혼자 여기까지 뭐하러 왔나 싶고, 그런데 해가 지는거야.

저 끝없는 모래 지평선에 노을이 지는거야.

처음에는 주황색이었다가 다음에는 피같은 붉은색이었다가 그러면서 보라색 남색이었다가

그러면서 점점 어두워지면서 노을이 사라지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거야

아.. 내가 세상의 끝에 왔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도 저 노을처럼 사라지고 싶다.

죽는건 너무 무섭고 그냥 아예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영화가 잊힐 때쯤 다시 보고 글을 쓰러 돌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