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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안전을 돈 주고 사야 하나요 - 시사IN

초등학교 3학년 세영이(가명·9)는 서울 강남 지역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 산다. 세영이는 일상생활 중엔 자동차를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세영이가 사는 아파트는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도록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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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맞춤형 길찾기 서비스' 

얼마 전까지 매달렸던 졸업작품 주제였다.

그래서인지 평소같으면 클릭하지도 않았을, 읽어도 그냥 읽고 지나칠 기사지만 왠지 모르게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졌다.

 

보행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며 느낀 점은 자동차에 비해 보행자와 관련된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우리 사회가 자동차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조차 많지 않았다. 

 

아무튼 '보행안전', '어린이' 이 두 글자만으로 첫번째 스크랩 기사로 당첨되었다.

 

 

 

 

 

 

세영이(가명)와 민지(가명)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소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름아닌 거주 주택의 가격이었다.

 

세영이는 매매가 20억원의 강남지역 신축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며 민지는 전세가 1억 6000만원의 강북지역 한 주택가에 거주한다.

 

거주 주택 가격을 확인하고 나니 그 위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영이는 5분이면 하루 일정의 대부분을 갈 수 있었지만,

민지는 학교마저 20분을 걸어야 갈 수 있었다.

 

하루일상 중 자동차 대면횟수는 세영 = 0회 민지 = 100회였다. 

 

사실 '집값이 비싼 곳이면 교통도 편리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아이들의 관점에서 이만큼 차이가 날줄은 몰랐다.

 

 

아이들의 보행 안전에도 계층 격차가 존재한다. 일상생활 중 만나는 자동차의 대수부터 다르고 그것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에 차이가 난다. 여력이 되는 가정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길 건너지 않는 학원가, 단지 내 놀이터 같은 아이들의 보행 안전 요소들을 ‘개인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에 지출 여력이 없는 가정들은 지자체가 집 앞 도로에 인도와 횡단보도를 놓아주기를, 동네 자동차들이 부디 안전하게 운전해주기를 바랄 수 있을 뿐이다.

 

 

출처 : ⓒ시사IN 최한솔

 

 

그렇다면 부유한 지역일수록 교통사고 비율이 낮을까?

 

앞서 나온 기사 내용이라면 당연히 그렇다고 보는게 맞다.

 

출처 : ⓒ자료:통계청 행정구역별 주민등록인구, 경찰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브이더블유엘(VWL)
출처 : ⓒ자료:통계청 행정구역별 주민등록인구, 경찰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브이더블유엘(VWL)

 

실제 데이터 분석 결과 주거지역 가격과 교통사고 발생횟수 간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이러한 경향성은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더 잘 드러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20년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조사에서 초4~고3 학생 8623명에게 ‘우리 동네는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다’는 문장을 주고 동의 여부를 물었다. 자신이 인식하는 경제적 수준 집단별로 차이가 났다. 경제적 수준 상층일수록 ‘그렇다’, 하층일수록 ‘그렇지 않다’는 답변 비율이 높았다. 아이들조차 안전의 계급 격차를 체감하고 있다.

 

 

보행 안전을 돈 주고 사야하나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좋은 주거지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린이의 보행 안전을 부모의 개인적인 비용에 맡기기에는 그것은 너무나 생명과 결부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사에서 언급한대로 싹 갈아엎어 신축아파트로 대체하면 될까?

본문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해당 장소 자체의 사고 발생 건수는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원래 그곳에 살던 아이들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는 없다. 재개발 지역의 원주민 정착률은 20%에 못 미친다(2008년 서울시정연구원 조사). 위험한 보행 환경에서 살던 아이들은 그곳이 깨끗하고 안전한 신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는 동안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교통사고의 위험을 품은 주거 지역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

 

 

이처럼 보행 안전 취약 지역을 제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해당 지역에 '안전 요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좁은 골목길 안에서 차와 사람의 길을 가르고, 주차장을 짓고, 놀이터를 만들고, 아이가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돌봄의 손길을 강화하는 일이 마을을 허물고 새 동네를 만드는 재개발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본문 마지막 문단 끝으로 마치려고 한다.

하지만 이 까다로운 일을 공공과 사회 전체가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것이 생명과 안전이라는 문제와 결부된 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 부자로 살 순 없을지라도, 누구나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그 사람이 어린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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